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 - 유력한 용의자였던 택시기사는 무죄? 그러면 범인은 누구?

 

제주시 애월읍 구엄리에서 유치원 보육교사로 일하던 이경신 씨(여. 27)는 2009년 1월 31일 오후 7시쯤 제주시청 대학로에서 여고 동창생들을 만나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그녀를 포함해 4명이 함께 했고 술자리는 자정을 넘긴 2월 1일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그녀는 오전 2시 45분쯤 모임 장소에서 친구들과 나와 택시를 탔습니다.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제주지방법원 앞 도로에서 도중하차했죠. 어머니에게는 "찜질방에서 자고 간다"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다시 택시를 타고 남자 친구 집이 있는 용암동으로 향합니다.

남자 친구와 만난 그녀는 그와 시비가 벌어집니다. 바로 남자 친구의 담배 문제 때문인데요. 그녀는 평소 담배냄새를 무척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남자 친구가 집 안에서 담배를 피웠던 거죠. 화가 난 그녀는 바로 남자 친구의 집에서 나왔습니다. 그리고 오전 3시 3분쯤 '네가 정말 이럴 줄 몰랐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그녀는 집으로 가기 위해 114를 이용해 애월, 하귀 연합 콜택시에 전화를 했지만 택시가 배차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사라져 버렸죠.

다음날, 그녀는 어린이집에 출근도 하지 않고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피해자 동선 및 범인 차량 예상 경로

가족은 2일 오전 9시 10분쯤 경찰에 실종신고를 합니다. 경찰은 그녀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당일 새벽 4시 4분쯤 애월읍 광령초등학교 기지국 인근에서 전원이 꺼진 것을 확인합니다. 그녀가 모임 장소로 타고 간 승용차는 이도2동 옛 제주 세무서 후문 무료주차장에서 발견됩니다.

경찰은 정황상 범죄 관련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실종 신고 하루만인 3일 공개수사로 전환합니다. 일단 그녀를 찾는 전단을 만들어 배포했죠. 경찰, 군인, 119 구조대등을 투입해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지역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수색을 벌였습니다.

그리고 실종 5일 만인 2월 5일 오후 3시 20분쯤 아라동 은성 사회복지관 옆 밭에서 한 주민이 그녀의 가방을 발견합니다. 그 안에는 그녀의 휴대전화, 지갑, 신분증 등의 소지품이 들어있었죠.

 

 

그리고 8일 오후 1시 50분쯤 한 마을 주민이 농업용 배수로에서 마네킹 같은 것이 수풀에 가려져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마네킹이 아니라 한 여성의 시신이었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여성의 신원이 실종된 이경신 씨라는 것을 확인합니다. 실종 8일 만이었죠.

발견 당시 그녀는 실종 당시 입고 있던 밤색 무스탕 상의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치마와 속옷 등 하의는 모두 벗겨진 상태였죠. 시신은 비좁은 수로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시신 발견 장소는 농촌마을인 데다, 인적이 드물고 잡풀이 우거진 곳이었습니다. CCTV가 있을 리가 없었죠. 그녀의 사망 원인은 경부압박 질식사(목 졸림)로 나왔고, 성폭행 흔적은 없었습니다. 그녀의 유류품에서 제3자의 유전자(DNA)도 나왔죠.

 

사망 시점은 언제일까?


하지만 사망 시점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국과수와 경찰이 추정한 사망시점이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국과수는 시신의 건조와 부패 상태, 체온, 사체의 피부 반점 등을 고려해 사망시점을 시신이 발견되기 1~2일 전으로 추측했고, 

경찰은 시신이 별로 부패하지 않은 것은 당시 추운 날씨였고, 발견 장소가 햇볕이 들지 않는 수로 안이었기 때문에 사망 시점은 훨씬 이전일 거라는 의견을 냅니다.

사망시점은 용의자를 특정하는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하지만 국과수와 경찰이 서로 다른 의견을 내면서 수사에 혼선이 생겼죠. 그래서 경찰은 사망시점과 별도로 용의자를 특정하는데 전력을 기울입니다.

그녀의 시신이 발견된 장소와 휴대전화 신호가 끊긴 지점, 가방이 발견된 지점을 종합해서 범인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로를 따라 수색을 이어갔습니다. 남자 친구도 용의 선상에 두고 집과 차량 등을 수색했지만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경찰은 그녀가 마지막에 택시를 탔을것라고 보고 택시기사들을 상대로 집중 조사를 했습니다. 그녀의 몸에 특별한 외상이나 타박상이 없는 것을 보면 강제로 탄게 아닌 스스로 차에 올랐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벽에 거부감 없이 차에 탑승했다는 것은 택시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번인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실종 지점, 휴대전화 꺼진 지점, 가방 발견지점, 시신 발견 지점의 위치를 각각 달리 했습니다.

경찰은 제주도에서 택시를 운행하는 5천여 명을 전수 조사했고 통신수사와 운행 기록장치인 타코미터 기록 등을 토대로 조사를 했습니다. 그래서 용의자를 10여 명으로 압축할 수 있었죠. 이들을 상대로 조사를 한 결과 수상한 택시 기사 한 명이 남게 됩니다.

 

 

수상한 택시 기사

그는 40대인 박 씨였습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사건 당일 손님을 태운 적이 있냐고 묻는 질문에 "태운 적 없다"라고 했다가 "남자 손님을 태웠던 것 같다"며 오락가락했습니다. 거짓말탐지기에서는 '거짓'이라는 결과가 나왔죠. 거짓말 탐지기는 참고만 될 뿐 범행 증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그를 용의자로 특정하기 위해선 확실한 물증이 있어야 했습니다.

그의 택시를 정밀 감식했지만 그녀와 관련된 흔적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유류품으로 발견된 DNA와 박 씨의 DNA를 대조했지만 일치하지 않았죠.

결국 2012년 6월 수사본부가 해체되고 미제가 되었습니다.

 

 

2016년 2월 제주경찰청은 '장기미제사건팀'을 구성해서 2018년 3월에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다시 한번 살펴보았습니다.

우선 국과수와 경찰의 이견이 있었던 사망시간을 특정하기 위해 개와 돼지를 이용해 부패 실험을 실시했습니다.

여기에는 법의학 교사와 검시관 경찰 수사연구원 교수 등의 여러 전문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시신이 발견된 배수로에서 개 3마리와 돼지 4마리를 이용해서 5차례에 걸쳐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사건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맞추기 위해 동물 사체에는 피해자가 입고 있었던 무스탕까지 입혀 실험을 했습니다. 기후도 도 당시와 최대한 동일 조건으로 맞추었죠. 실험 결과 그녀는 실종 당일 살해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고 이것을 토대로 전면 재수사에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용의자 검거? 그런데...

그래서 같은 해 5월 경북 영주시에 숨어있던 박 씨를 검거했습니다.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던 그 택시기사였죠.

경찰은 그녀의 윗옷 어깨 부분과 피부조직에서 2~3cm 정도의 작은 옷 실오라기를 몇 점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이 실오라기를 미세증거 증폭 기술을 이용해 피의자 박 씨가 당시 착용한 셔츠와 같은 종류임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박 씨에게도 실오라기를 발견했고 증폭 기술로 그녀가 사망 당시 입고 있던 옷의 종류와 동일한 것임을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범은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죠.

경찰은 이후 7개월 간 박 씨의 택시 운전석과 뒷좌석, 차 바닥을 조사해서 추가로 그녀가 입있언 옷과 유사한 다량의 실오라기를 발견했습니다. 그녀의 가방과 치마, 휴대전화에서도 박 씨가 당시 착용한 셔츠와 유사한 실오라기를 찾아냈죠.

경찰은 12월 21일 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영장을 발부합니다. 이에 따라 사건 발생 9년 10개월 만에 박 씨가 구속이 됩니다. 하지만 그는 범행을 완강하게 부인했고, 법정에서 치열한 공방이 이어졌습니다.

 

판결 결과는...

결국 2019년 7월 11일 제주지법 형사 2부는 박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합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정황상 증거로는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기에는 부족하다며 이같이 판결하고 이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미궁에 빠져버렸습니다.

2020년 7월 8일 광주고등법원 제주 제1형사부에서 열린 2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되었습니다.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를 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사실심(사실을 판단하는 재판)이 아니라 법률심(사실 관계에 대한 법률이 제대로 적용되었는지를 판단)을 맡고 있어서 재판 결과가 뒤집어지기는 어려워 사실 장기미제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유력한 용의자였던 박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제주 보육교사 살인사건의 제3용의자가 존재한다는 말인데요. 그렇다면 한 여성을 살해하고 법망을 따돌린 채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진범은 누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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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20.08.05 11:22

    댓글 로그인 풀리는데 이거 왜 그런건가요
    저는 박씨가 그래도 유력한 범인이지 싶어요.
    에고 나쁜새끼들 사람 목숨을...

    • 2020.08.05 15:14 신고

      2차 도메인 쓰면 로그인 유지가 안되서 풀린다더라구요ㅠ 블로그 원 주소로 들어오면 로그인 유지가 되더라구요ㅠ.ㅠ 얼른 해결되었으면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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