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하하 죽였다" - 부산 어린이 연쇄살인사건 - "사인펜 살인마"

 

「핫도그를 좋아했던 김현정양 살인사건

1975년 8월 20일. 많은 아이들이 그렇듯 핫도그를 유난히 좋아했던 7살의 (김)현정이는 핫도그를 사먹으러 간다며 집을 나섰습니다. 다소 늦은 시간이였지만 핫도그를 파는 구멍가게는 집에서 5분정도의 거리에 있어서 아이는 매일같이 핫도그를 사먹고 돌아오곤 했습니다. 아직 해가 밝았기 때문에 아이의 부모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날은 무슨 일인지 한참이 지나도 아이가 들어오지 않는거예요. 불안해진 부모는 딸을 찾아나섰습니다. 핫도그 가게 주인에 따르면 이 날도 핫도그를 산 후 곧바로 집을 향해 뛰어갔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람들에게 목격된 현정이의 마지막 모습이였습니다. 

 

다음날인 21일 오전 5시 45분경 부산광역시 중구 동광동 용두산공원 산책로 인근 숲속에서 이른 아침부터 공원 순찰을 돌던 공원 관리인의 눈에 한 어린아이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해보니 너무나도 참혹한 모습이였습니다.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추정되었으며 아이의 손과 발이 움직이지 못하게 속옷을 찢어 만든 끈으로 결박이 되어 있었습니다. 문제는 복부에 검은색 사인펜으로 쓰여진 낙서.

 

[범청동 이정숙이가 대신공원에서 죽었다.]

 

경찰은 이 아이의 시신을 보고 다음과 같이 상부에 보고를 했습니다.

 

[걸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식중독 내지 약물중독으로 죽어 있었으며 외상흔적이 없어 타살로 보기 어렵다.]

 

이것이 손발이 결박되어 목이 졸려 죽은 어린 여자아이의 시신을 본 경찰의 보고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대한 신원을 찾기 시작했죠. 그리고 그 날 오후, 신원 수배된 아이가 내 딸인 것 같다며 현정양의 부모가 연락을 했습니다.

 

부모는 결국 그 아이가 현정이라는 것에 절망하고 말았습니다. 더욱 화가 나는 건 가족이 명백히 있고 타살이 확실한데 게다가 아이의 배에 사인펜으로 낙서까지 되어 있는데 아이를 걸인취급하고 식중독으로 판단을 해버렸다는겁니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경찰은 "사건이 너무 끔찍해서 자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한 변사사건으로 상부에 보고를 했다"라는 앞뒤가 안맞는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부모님의 강력한 요구에 경찰은 이 사건을 유괴살인으로 초점을 맞추고 급하게 수사방향을 변경하게 됩니다. 

 

발견된 시신 상태로 볼때 실종 직후 살해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핫도그를 사먹고 돌아오는 길에 변을 당했죠. 길어야..10분?

 

어느 대범한 범인이 해가 지지 않은 시각에 그것도 집이 가까운 주택가에서 무모하게 범행을 저질렀을까요? 강제로 아이를 끌고 갔다면 분명 목격자가 있었을겁니다. 하지만 목격자는 없었죠. 그래서 경찰은 면식범에 의한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주변 인물들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했지만 용의점이 있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통 어린 아이를 유괴하면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예외였죠. 시신은 팬티만 착용한 상태였고 상의와 신발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를 보아 범인의 목적은 돈이 아니라 '성'이었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또한 아이의 배에 사인펜으로 낙서를 한 점으로 보아 정신병이 있는 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도 병행했죠. 

 

경찰의 초동수사 실패는 얼마 후 또 한 건의 엽기적인 아동 살인사건을 불렀습니다.

 

「후하하 죽였다 - 배준일군 살인사건

 

8월 24일 오후 7시경 부산광역시 동구 좌천동에서 집 앞에서 돌던 5살 배준일군이 갑작스레 실종되었습니다. 당시 아버지의 진술에 따르면 아이는 저녁을 먹은 후 잠을 자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엄마가 집에 돌아왔을때 아이는 집에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를 본 마지막 목격자가 있었어요. 바로 아빠가 일하던 공장의 직원이였죠.  그는 오후7시 집 앞에서 혼자 놀고 있는 아이를 목격했고 당시 20원을 손에 쥐어주면서 빨리 집에 들어가라고 말한 것을 주변 사람들도 목격한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다음날 오전 6시 부산광역시 서구 충무동의 어시장에서 상자 하차장관련 일을 하던 아저씨가 한 쪽에 쌓여 있던 사과상자더미 사이로 작은 손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자를 들췄더니 사과상자 안에는 손발이 결박된 채 죽어있는 남자아이의 시신이 있었습니다. 바로 배준일 군의 시신이었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사인을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했고, 손발을 묶은 끈은 아이가 입고 있던 런닝셔츠를 찢어서 만든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입에는 신문지 뭉치가 박혀 있었고 이마에는 둔기로 맞은 상처도 보였습니다. 그리고 런닝셔츠를 걷어올렸더니 복부에 삐뚤삐뚤하게 낙서가 되어 있었습니다.

 

[후하하 죽였다.]

 

너무나도 섬뜩한 내용의 낙서입니다. 필적도 김현정양 사건과 같은 사람인 것으로 밝혀집니다. 

경찰은 이 두 사건을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보고 수사를 했습니다. 이번에도 현장에서는 지문이나 DNA등 범인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어요. 

 

 

「너무나도 소중한 택시기사의 제보

아무런 단서가 없던 경찰은 범인에 대한 제보가 절실했습니다. 그러다 한 택시기사가 구세주처럼 나타났죠. 

택시기사는 8월 24일 밤 10시에 좌천동에서 배준일군과 닮은 아이를 데리고 있는 30대 남성을 충무동 수산센터 앞까지 태워다 줬다고 합니다. 좌천동은 배준일 군의 집이 있는 곳이고 충무동은 배준일군의 시신이 발견된 지점입니다.

경찰은 택시기사에게 용의자의 인상착의를 구체적으로 물었습니다. 

 

나이는 20~30대, 키는 170cm정도.. 머리가 짧아 두 귀가 완전히 드러나 있었고 눈과 코 옆에 검은 점과 오른쪽 입가에 점 1개가 있었다는 특징을 자세하게 진술했습니다. 

 

택시기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10만장의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배포했습니다. 100만원의 현상금도 내걸었죠. 검거한 경찰관에게는 일 계급 특진도 약속했습니다. 

 

몇몇 용의자들을 검거하거나 연행해서 조사를 했지만 모두 헛탕이었습니다. 어린이가 납치 살해되고 범인도 못잡은 사건이라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도 "범인을 빨리 검거하라"는 특별지시까지 내렸지만 결국 1990년 8월 21일, 8월 25일 두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결국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범인이 잡힌다 해도 죄값을 치르지 않는다는거죠.....

 

「김현정 양의 배에 적은 '범천동 이정숙이가 대신공원에서 죽었다.'의 의미

김현정양의 시신에 뜻을 알 수 없는 낙서가 검은 사인펜으로 있었습니다. 

 

'범천동 이정숙이가 대신공원에서 죽었다'

 

김현정양 사건 앞서 또 한명의 여자 아이가 납치된 후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 아이의 이름이 이정숙이였고... 그녀가 납치되어 끌려간 곳이 대신공원이고 아이의 집이 범천동이었습니다. 

 

정숙이는 현정이의 사건이 있기 이틀 전인 8월 18일 피아노학원을 마치고 귀가를 하다가 범인과 마주쳤습니다. 그는 정숙이를 칼로 위협해 택시에 태워 대신공원까지 끌고갔습니다. 그곳에 있는 계곡에서 목욕을 시키더니 자신에게 '주인님'이라 부르라고 하고 '아버지'라고 부르라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아이의 옷을 찢은 후 손발을 결박하고 이어 허리띠로 목을 졸랐습니다. 이 때 등산객이 나타나 범인은 도주를 했고 정숙이는 간신히 살아날 수 있었던것이었습니다. 

아마 범인은 정숙이라 죽은 것으로 착각하고 현정이의 배에 이런 낙서를 남겼던거예요.

 

「범인의 기이한 행동

현정이의 시신이 발견되고 이틀 후인 8월 23일 오후 11시 쯤 부산 대교파출소로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그는 대뜸 현정이의 사건을 언급하더니 "대양공고와 대양중학교 사이에서 죽였다"고 말하고는 끊어버렸답니다. 약 20분후 같은 남자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수사 잘 해라."라며 경찰을 비꼬았습니다. 경찰이 거기가 어디냐고 묻자 전화번호를 불러주며 복창하라며 요구를 했다고 해요. 방범대원이 시키는 대로 하자 그는 전화를 끊어버렸습니다. 여기서 범인이 말한 전화번호는 납치되었다가 구조된 정숙이네 집 전화번호였어요. 이게 범인이 남긴 마지막 목소리였답니다.

 

 

45여년이 지났습니다. 범인이 아직 살아있다면 70대~80대가 되었겠죠. 위 사진은 2018~2019년 노인이 된 범인의 몽타주를 다시 만든 것입니다. 두 어린 아이들의 생명을 빼앗고 죽은 아이들의 몸에 낙서를 하고 경찰까지 우롱한 이 남자는 어디선가 우리들 사이에서 함께 숨쉬고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술자리에서 술안주삼아 추억하고 있을지도....

 

모든 살인사건, 실종사건, 미제사건이 다 마음 아프고 안타깝지만 아이들 대상인 사건은 더욱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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