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할머니 쪽지문 살인 사건

 

2005년 5월 13일. 농번기 모내기가 한창이던 강릉의 한 농촌마을이 시끄러워졌습니다. 자식들을 모두 객지로 보내고 혼자 살던 장 씨 할머니는 호탕하고 인심이 좋아 이웃이 놀러오면 문을 열고 반갑게 맞아주곤 했습니다. 그런 할머니가 싸늘한 주검으로 집 안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날, 할머니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요?

 

「사건 요약

사건이 일어난 2005년 5월 13일. 할머니는 아침 일찍 침을 맞으러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를 태운 버스가 집 앞 삼거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40분. 할머니는 불편한 다리로 언덕길을 올라 집으로 향했고 그것이 할머니가 숨지기 전 마지막 모습이였습니다.

이웃에 살던 김씨는 오후 4시 쯤 할머니의 집을 찾아갔지만 평소와 달리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습니다. 김씨는 안을 들여다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게 됩니다. 집 안은 어지럽혀있었고 할머니의 두 손과 두 발이 묶인 채 누워 있었고 얼굴엔 노란 테이프가 감겨있던 겁니다.

누가 할머니에게 이런 끔찍한 짓을 저지른걸까요? 

 

 

「부검결과

부검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할머니의 양쪽 광대뼈 주변에 심한 멍이 들어 있었고 갈비뼈 골절과 장기 파열까지 온몸에서 심한 구타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할머니의 목숨을 앗아간 직접적인 원인은 외상이 아닌 질식이었습니다. 심한 구타를 당한 상태였지만 테이프로 입과 코를 막지 않았더라면 살아 있었을 수도 있는 겁니다.

이상한 점은 또 있습니다. 이미 테이프로 할머니의 손과 발을 묶었던 범인. 그런데 할머니의 손은 전화선과 휴대전화 충전기선으로 두 번이나 더 결박된 상태였습니다.

 

 

「범행 동기는 금품을 노린 강도?

현장의 화장대와 싱크대, 방안의 서랍장까지 모두 열려 있었습니다.

어지럽혀진 현장 때문에 강도의 소행이라는 추측도 나왔지만 사라진 건 할머니가 차고 있던 금반지와 금팔찌뿐이었습니다.

3천만 원이 들어 있던 통장과 현금이 집안에서 발견되면서 경찰 수사는 강도를 위장한 면식범의 소행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당시 범인의 흔적을 찾기 위해 현장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증거가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가족부터 마을 주민까지 용의자로 조사를 받았지만 혐의점은 없었습니다. 

 

 

「12년만에 검거된 쪽지문의 주인. 하지만 재판 결과는 무죄

그로부터 12년 동안 할머니의 죽음은 미제사건으로 묻혀 있었습니다. 사건이 다시 주목받게 된 건 지난해 9월이었습니다. 사건 현장에서는 1cm 남짓한 쪽지문만이 유일하게 발견됐습니다. 당시에는 쪽지문만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웠지만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된 겁니다.

할머니 시신 옆에 놓여 있던 테이프 안쪽 종이에 남아 있던 쪽지문의 주인은 40대 남자 정 씨로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당시 정 씨가 장갑을 낀 채 할머니 집에 침입했고 할머니를 폭행한 뒤 테이프로 결박한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때 테이프를 떼려고 장갑을 벗었다가 지문이 남았고 다시 장갑을 끼고 집안을 뒤지다가 금품을 발견하지 못하자 금붙이만 뺏어 도주했다는 겁니다.

경찰이 정 씨를 범인으로 지목한 이유는 또 있었습니다. 정 씨는 7년 형을 받고 복역한 강도 전과자였습니다. 부녀자를 폭행한 다음 제압을 해서 금품을 훔쳐 구속이 되었었죠.

체포 직후 이뤄진 거짓말탐지기 조사에서 정 씨의 대답이 모두 거짓으로 나오면서 사건은 그렇게 해결되는 듯했습니다.

경찰은 12년 만의 미제사건 해결이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재판 결과는 뜻밖이었습니다. 정 씨에 대한 1심 판결은 무죄였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9명의 배심원 가운데 무려 8명이 정 씨가 살인범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현장에서 발견된 특이한 매듭

고령인 할머니를 폭행하고 결박까지 했다는건 금품이나 현금이 어디에 있는지 추궁할때 가장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라 비면식범일 가능성이 높다는게 프로파일러의 설명이였습니다. 

금품을 노린 범인이 왜 할머니의 통장과 현금을 두고 갔냐. 아마 범인은 끝내 통장과 현금을 찾지 못해서 못가져갔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또한 중요한 단서였던 테이프는 할머니가 평소 먼지제거용으로 사용하던 것이였습니다. 사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장에 남겨진 전화선과 휴대전화 충전기 매듭에 주목했는데요. 피해자를 결박한 여러군데의 매듭에서 반복적으로 비슷한 형태의 매듭이 보여졌습니다. 이건 습관이라는거죠. 

올가미를 조였다 풀 듯 한쪽으로만 고리를 만드는 방식. 양쪽 줄을 교차해서 묶으면 원의 크기가 고정되는 일반 매듭과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매듭을 쓰는 특정 직업은 찾지 못했죠.

 

「강압수사에 의한 허위자백

이 사건에는 경찰이 초기 수사 과정에서 체포했던 또 다른 용의자가 있었습니다. 수사가 할머니가 살해된 지 한 달을 지나도 진전이 없을 무렵 평소 할머니와 가깝게 지내던 이웃 박 모 씨가 체포됐습니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커피잔의 립스틱 자국 때문이었습니다.
 
박 씨가 경찰 수사에서 범행을 자백했지만 당시 검찰은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박 씨를 집으로 돌려보냈습니다. 할머니를 폭행하고 결박하기에는 박 씨가 할머니보다 왜소했고 범행도구도 일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결정적인 증거라던 립스틱과 DNA도 그녀와 아무 연관이 없었습니다. 그럼 박 씨는 왜 거짓자백을 했을까요?

박 씨에게 어떤 스님이 집에 찾아왔더랍니다. 그 스님이 그 죽은 할머니가 이 집 막내아들을 노리고 있으니 당신이 빨리 경찰서에 들어가지 않으면 당신 아들이 죽는다. 빨리 들어가라."라고.

그 직후에 경찰이 집에 찾아와서 (박 씨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허위자백을 했다고 했습니다.

놀라운 건 박 씨를 찾아온 스님의 정체였습니다. 비구니 스님은 박 씨를 긴급체포한 형사의 친누나로 밝혀졌습니다. 박 씨는 취재진에게 그때 일을 떠올리기도 싫다며 진저리를 쳤습니다. 그때 자신에게 가해졌던 경찰의 강압 수사를 버틸 수 없었다고 박 씨는 털어놨습니다.

 

애초에 경찰이 범인은 '면식범'이라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에 수사가 망해버린게 아닐까요?

할머니는 범인을 알고 계시겠죠?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17)

  • 2020.07.13 08:30 신고

    참 안타깝네요... 그때의 경찰도 실적만 생각하고 ..

  • 2020.07.13 09:11 신고

    어렵네요 미제로 계속 남겨지는건가요

  • 2020.07.13 09:45 신고

    하루 빨리 밝혀져야...할머니가 편하 쉬지지 않을까...안타깝네요..^^

  • 2020.07.13 11:15 신고

    아 정말.. 얼마전 화성사건도 현재 감방에 있는 이춘재의 소행이라고 밝혀졌잖아요. 엄한 사람이 억울하게 감방에서 그 오랜시간 갇혀있는 사건이 불현듯 떠오르네요. 경찰이 참...글을 읽을수록 가슴만 더 답답해 집니다. 할머님의 억울한 죽음을 정말 풀어낼 사람이 아무도 없는걸까요..

  • 2020.07.13 11:24 신고

    박씨가 아들을 살리기 위해 허위자백을 했었군요..
    미제 사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픕니다. ㅠㅠ

  • 2020.07.13 14:05 신고

    와 진짜 악질이네요 .....
    진짜 요즘 법이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습니다....
    너무나도 답답한 세상인 것 같아요 ㅠㅠ

  • 2020.07.13 15:02 신고

    한주의 시작 월요일입니다
    화이팅 하시고요~
    오늘도 유용한정보 잘보고
    공감많이 하고 갑니다~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

  • 2020.07.13 15:37 신고

    그럼 다시 미제사건인가요?ㅜ.ㅜ 할머니께서 편하게 쉴수 있도록 빨리 해결되면 좋겠네요....

  • 2020.07.13 16:01 신고

    오늘도 포스팅 잘 보고갑니다.
    앞으로도 좋은 포스팅 부탁드리며,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ㅎㅎㅎ

  • 2020.07.13 19:29 신고

    안타까운 소식이네요..
    잘~보고가요~
    행복한 밤 되세요~~

  • 2020.07.13 20:10 신고

    미제사건은 끝까지 밝혀내야 합니다
    잘 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좋은 한주보내세요~

  • 2020.07.13 22:07 신고

    시간이 얼마걸려도 진범은 잡아야죠.
    경찰은 가끔 참..

  • 2020.07.14 06:59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 2020.07.14 09:15 신고

    끝까지 밝혀 내야 합니다.

  • 2020.07.14 15:10 신고

    언젠가는 범인이 꼭 잡힐겁니다

  • 2020.07.14 16:53 신고

    범인을 하루 빨리 잡았으면 좋겠네요.

  • 2020.07.14 18:32 신고

    포스팅 잘 보고 갑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