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가 답답했던 이야기 귀신


옛날에 이야기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아이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으면 곧바로 글로 적어 주머니에 넣고 다녔어요. 아이가 자랄수록 주머니도 점점 커졌어요. 세월이 흘러 아이는 어느덧 도령이 되었어요.


도령은 다른 사람 앞에서는 절대로 이야기 주머니를 열지 않았어요. 그래서 늘 이야기 주머니를 꽁꽁 묶어서 허리에 차고 다녔지요. 하루는 도령이 머슴에게 재미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머슴의 방에서 기다리다가 그만 잠이 들었어요.


늦게 돌아온 머슴이 도령을 깨우지 않고 옆에 누웠어요.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두런두런 말소리에 머슴이 귀를 기울였어요.


"이 녀석 때문에 귀신이 되다니 억울해. 이 녀석을 없애자."


도령의 이야기 주머니에서 나오는 소리였어요.


"이놈 결혼한다지? 난 배나무로 변신해 신부 집으로 가는 길에 서 있다가 이놈이 배를 따 먹으면 복수하겠어."


"나는 옹달샘으로 변해 있을게. 떠먹는 즉시 꼴까닥!"


"나는 방석으로 변신! 앉으면 쿡 찔러 버리겠어!"


오랫동안 갇혀 지낸 이야기들이 복수를 계획하고 있었어요. 머슴은 깜짝 놀랐지만 잠자코 누워 있었어요.


도령이 신부네 집에 인사하러 가는 날이 왔어요. 머슴은 도령이 걱정되어 따라나섰어요. 길을 가던 도령이 말했어요.


"무슨 배가 저렇게 탐스러울까. 배 좀 따오너라."


"배 드실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갈 길이 먼데."


머슴의 말에 기분이 상한 도령이 잠자코 길을 걷다가, 시큰둥하게 말했어요.


"옹달샘에서 물 좀 떠 와. 목말라."


하지만 머슴은 들은 척도 안 했어요.


도령은 분을 참고 신부 집으로 갔어요. 이번에는 머슴이 도령의 방석을 재까닥 치우고 다른 방석을 가져왔어요. 도령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를 질렀어요.


"동생처럼 위해 주었더니 버릇이 없어졌구나!"


"아이고, 도련님. 죄송합니다.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머슴은 귀신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모두 털어놓았어요. 도령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져서 그 자리에서 이야기들을 모두 날려 보냈어요.


★오래된 물건에는 귀신이 살아요

옛날 사람들은 오래된 물건에 영혼이 깃든다고 믿었어요. 예를 들어 마을에 사는 오래된 나무를 '당산나무'라고 부르며 영혼을 가졌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당산나무를 마을의 수호신으로 생각하며, 산신제나 기우제 같은 제사를 지내기도 해요.

댓글(5)

  • 2019.10.08 12:45 신고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입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교훈도 잘 음미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2019.10.08 19:56 신고

    옛이야기는 들을수록 재미있는거같아요. 교훈도 있고해서 아이들에게 들려줘도 괜찮을거 같아요

  • 2019.10.08 21:40 신고

    요즘 들어 에카님 이야기가 재미있네용 ㅎㅎ 잘 보고 갑니다~

  • 2019.10.08 21:42 신고

    머슴이 양반 도령보다 더 명석한 것 같습니다.
    행복하세요^^

  • 2019.10.09 07:54 신고

    마을 입구에는 으례히 그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 같은 나무가 있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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