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 안에 있는 주점 - '성수패설(醒睡稗說)'


이우성, 임형택이 번역한 '성수패설(醒睡稗說)'의 내용을 다시 쓴 것입니다.


한 술장수가 숭례문 안쪽에 주점을 열었습니다. 새벽 5시에 통행금지를 해제하는 쇠북 소리가 나자마자 가게문을 여는 등불을 걸었습니다. 가게문을 열자 한 상주(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셔 상 중인 사람)이 홀로 들어왔습니다.

“해장국에 술 한 잔 주시오.”

술장수는 소반에다 얼른 해장국과 술을 한 잔 가득 따라 내갔습니다. 상주는 술과 국을 바로 마시더니

“여기 국하고 술 한 잔 더 따라 주시오.”

술장수는 또 얼른 내갔습니다. 손님은 술과 국을 쭉 들이키고는

“내가 돈이 없소. 이담에 갚으리다.”

라고 말하고는 일어났습니다.

술장수는

“아무렴 어떻겠수.”

라며 손님을 보냈습니다.

그 상주가 나가고 나자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와서 밥 한 숟가락 뜰 새도 없이 술과 국을 팔았습니다.

다음날 새벽에도 술장수는 북소리가 나자마자 가게문을 여는 등불을 내걸었습니다. 그러자 어제 그 상주가 또 들어와서 술 한 잔과 해장국을 찾았습니다. 상주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술과 국을 먹더니

“내가 돈이 없소. 이담에 갚으리다.”

이렇게 말했습니다. 술장수는

“아무렴 어떻겠수.”

이러며 손님을 보냈습니다.

상주가 나가자 또 어제와 마찬가지로 손님이 물밀들이 밀려들어왔습니다. 술장수는 ‘그 손님이 도깨비구나.’ 생각하고 그 이후로는 더욱 친절하게 대접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상주가

“외상 술값이오”

하며 돈 200냥을 줬습니다.

그 이후에도 상주는 그 가게에 종종 왔고 장사도 잘 돼서 1년도 안 돼 큰 돈을 벌었습니다. 하루는 술장수가 상주에게 물었습니다.

“술장사는 그만 두고 다른 일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좋지”  상주는 대답했습니다.


술장수가 가게를 내놓으니 어느 사령(하급 관리)이 찾아왔습니다. 이전부터 장사가 잘 되는 것을 눈여겨 보고 탐을 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사령은 집과 함께 술상, 그릇, 솥 등을 다 샀습니다. 이 사령도 그전 술장수와 마찬가지로 술도 많이 빚고, 해장국도 끓인 후 아침 일찍 가게 앞에 등불을 달고 문을 열었습니다.

문을 열자 한 상주가 들어오더니

“해장국 한 사발과 술 한 잔 주시오.”

하고 주문을 했고 사령은 즉시 상을 봐왔습니다. 상주는 국과 술을 마시더니

“여기 국하고 술 한 잔 더 주시오.”

했고 또 쭉 들이키더니

“내가 돈이 없소. 이담에 갚으리다.”

라고 말하고는 일어났습니다.

사령은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새로 연 가게에 와서 처음부터 외상술이라니? 빨리 돈을 내시오.”

상주는

“돈이 없는 걸 어떻게 하오.”

“돈이 없거든 상복이라도 벗으시오.”

상주도 화가 났습니다.

“아니 상복을 네 놈의 술값으로 잡힌단 말이냐?”

사령은 약이 바짝 올라 상주을 따귀를 때리려는데 상주는 욕을 퍼부으며 도망쳤습니다. 사령은 상주를 붙잡아 때려주려고 쫓아갔으나 상주는 점점 멀어지기만 했습니다. 사령이 상주를 쫓으며 한 모퉁이 돌았는데 한 상주가 보였습니다. 다짜고짜 방립(상제가 밖에 나갈 때 쓰던 갓)을 벗기더니 양쪽 뺨을 마구 때리며 욕을 했습니다.

“남의 첫 장사에 와서 돈도 안 내고 술을 마시고 욕까지 해 대니 이런 못된 놈을 봤나?”

사령은 상주의 상복을 벗기고 방립(초상집 상제가 외출할 때 쓰던 갓)까지 가지고는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봉변을 당한 상주는 외상술을 마신 상주가 아니라 양반이었습니다. 양반이 큰 집에서 제사를 지내고 혼자 집으로 돌아가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것이지요. 양반은 다시 큰 집으로 돌아가서는 자기가 당한 일을 일렀습니다.

그는 하인들과 함께 술장수를 잡으러 갔습니다. 상복과 방립을 찾고는 술장수를 혼내주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형조(조선시대에 법률, 소송 등의 일을 맡아보던 관아)에 보냈습니다. 형조에서는 사령을 법에 따라 귀양을 보냈습니다. 사령은 가게를 내느라 든 돈도 잃고, 술 마시러 오는 이도 없어 재산을 모두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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