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가 비상한 처녀와 총각


옛날 한 마을에 재주가 비상한 처녀가 살았습니다. 재주가 어찌나 비상했던지 하루아침에 모시를 베어 베 3필을 짤 수 있었습니다. 

모시짜기는 과정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수확한 모시는 겉껍질을 벗겨 태모시로 만든 다음 하루쯤 물에 담가 말린 후에 다시 물에 적셔서 실을 한 올 한 올 쪼개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 모시올을 이어 실로 만들고 이 실로 모시를 짜야 합니다. 모시짜기 기술이 아주 좋은 사람도 한 필을 짜려면 꼬박 이레가 걸릴 정도로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재주가 비상한 처녀는 남들이 한 달 넘게 걸릴 일을 하루에 해내니 아주 신통방통한 일이지요.


그런 만큼 처녀의 콧대도 매우 높았습니다. 자신에게 걸맞은 재주가 비상한 총각을 찾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한 총각이 찾아 왔습니다. 처녀 앞에서 자신의 재주를 뽐내는데, 하루아침에 산에 올라가 목재를 베어다가 톱으로 켜고, 자귀로 깍고, 대패를 밀고, 끌로 뚫어 뚝딱 하고 12칸짜리 기와집을 눈앞에 지어 놓았습니다. 처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재주가 좋다니 자신의 남편감으로 마땅하다고 생각하며 지어 놓은 기와집을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그런데 집의 문설주 하나가 거꾸로 박혀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처녀는 단박에 그 총각을 쫓아버렸습니다.


얼마 후 다른 총각이 처녀를 찾아 왔습니다. 이 총각이 처녀에게 자신의 재주를 자랑하기를 이른 아침 밥 먹기도 전에 벼룩을 석 섬이나 잡아 코를 꿰어 말뚝에 매어 놓았습니다. 총각이 매어 놓은 벼룩을 살펴보던 처녀는 그 중 한 마리가 코가 아니라 벼룩의 목에 줄을 매어 놓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이 총각도 쫓겨났습니다.


이렇게 재주가 뛰어난 총각들이 처녀의 시험에서 쫓겨나자 이제 더 이상 처녀를 배필로 삼으려는 총각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제 처녀는 나이도 많아져 아무도 자기를 찾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절망스러웠습니다. 살아 뭐하나하는 마음에 처녀는 몸을 던지기 위해 벼랑산에 올라갔습니다. 꼭대기에서 다다른 처녀는 땅을 향해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처녀는 소쿠리 안에 담겨 눈을 떴습니다. 한 총각이 처녀를 지긋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일은 이렇게 된 것입니다. 벼랑산 밑에서 일하던 총각이 어느 순간 눈을 돌렸는데 한 처녀가 산 위에서 몸을 던지려고 하고 있던 것이었죠. 총각은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가 낫을 가지고 와서 대나무 밭에서 대나무를 베고 대나무 살을 쪼개서 큰 소쿠리를 만들어 벼랑산에서 떨어지는 처녀를 받아낸 것입니다.


처녀가 그렇게 찾던 총각을 이제야 찾은 것 같습니다. 처녀는 수줍게 총각에게 청혼을 했습니다. 둘은 서로 비상한 재주를 발휘하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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