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렁이 각시 / 우렁각시 이야기

홀로 외롭게 사는 농부가 있었습니다. 매일 농사를 짓기 위해 논으로 나갔지만 사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여느 날처럼 논에서 일하던 농부는 삽으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뚫어놓은 구멍을 콱콱 찌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 나왔습니다.


“이 농사 져서 누구랑 먹나?”

어디선가 

“나랑 먹지 누구랑 먹어.”

농부는 이상해서 다시 삽으로 콱 찍으며,

“이 농사 져서 누구랑 먹나?”

또 다시

“나랑 먹지 누구랑 먹어.”


농부는 놀래서 논을 둘러봤지만 사람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주먹만한 우렁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우렁이는 자기를 집에 데려가 달라고 졸랐습니다. 독에다 물을 채워놓으면 그 속에서 살겠다고 했습니다. 농부는 이상하기는 했지만 신기한 마음에 우렁이를 집으로 데려가 물을 넣은 독에 넣어 두었습니다.

농부는 다음날도 논에 나가 일했습니다. 그리고 혼자 저녁을 차려 먹기 위해 집으로 돌아왔더니 웬걸 방안에는 따뜻한 밥상이 차려져 있는 것입니다. 농부는 누가 차려놨을까 궁금하긴 했지만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에 따뜻한 밥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따뜻한 밥을 먹어서인지 농부는 다음날 더 일찍 일어나 논으로 일하러 갔습니다. 저녁 때 집으로 돌아오니 또 다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상이 차려져 있었습니다. 농부가 일을 하러 밖에 나갔다 들어오기만 하면 맛있는 밥상이 차려져 있는 나날이 계속 되었습니다. 그동안 외로웠던 농부는 맛있는 밥상에 즐겁기도 했지만 누가나 나를 위해 상을 차리는지 날이 갈수록 궁금증은 커져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농부는 호미와 낫을 챙기고는 허공에 대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오늘은 온 논에 잡초를 뽑아야 하니 시간이 오래 걸리겠는걸. 저녁 늦게야 돌아 올 것 같아.”

그러고 논으로 가는 척 하더니 집 안이 보이는 곳에 몰래 숨어서 도대체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살펴봤습니다. 한참동안 집 안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어느덧 해가 서쪽으로 넘어가려고 할 때쯤 부엌 한 켠에 두었던 독에서 예쁜 아가씨가 하나 나왔습니다. 아가씨는 해를 흘끗 보더니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한참동안 음식을 해서 밥상을 차리고는 방 안에 들어가려는 순간 농부가 안으로 뛰어 들어와 아가씨의 손을 꽉 붙들었습니다.

“숨지 말아요. 나랑 같이 살아요.”

우렁이 아가씨는 한 숨을 푹 길게 내쉬었습니다.

“사흘만 있으면 일평생 같이 살 수 있었는데, 이 사흘 때문에 이별할 수도 있어요.”

농부는 안 된다면 떼를 썼습니다.

“안 돼요. 우리 그냥 같이 살아요. 우리 같이 행복하게 살아요.”


농부는 홀로 외롭게 살다가 예쁜 각시가 생겨 매일 매일이 행복하고 신이 났습니다. 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고, 깨끗한 옷을 입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도 없는 집에 혼자 있는 외로움을 더 이상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농부는 각시가 너무 이뻐서 밖으로 나가지를 않는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나가야 할 때면 논에 일하러 갈 때도 각시를 데리고 가고, 나무를 하러 산에 갈 때도 나무 곁에 각시를 세워두었습니다.

우렁이 각시는 이러다가는 안 되겠다며 화가에게 자기 얼굴을 그려 달라고 부탁해서 농부에게 주면서 이것을 가지고 다니면서 일을 하라고 했습니다. 농부는 어쩔 수 없이 승낙을 하고 다음날부터는 그림을 가지고 다녔습니다. 나무를 할 때는 나무 옆에 그림을 붙여놓고는 그것을 보며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불더니 그림이 날아가 버렸습니다.


하필이면 그 그림을 임금이 주웠습니다. 임금은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는 아랫사람들에게 당장 이 여자를 데려 오라고 엄명을 내렸습니다. 임금의 부하들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아 다녔습니다. 결국에는 우렁이 각시를 찾아서는 임금 앞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때부터 우렁이 각시는 웃음을 잃었습니다.

임금은 어여뿐 얼굴의 우렁이 각시가 전혀 웃지 않으니 답답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내 것인데, 무엇이 부족해서 웃지를 않느냐?”

우렁이 각시는 이야기했습니다.

“거지 잔치를 서너 달 해주면 웃겠어요.”

“그깟 거지 잔치 일년 내내 할 수 있어”

임금은 궁궐에서 거지 잔치를 성대하게 벌였습니다.


한편 농부는 사라져 버린 우렁이 각시를 찾아 헤맸습니다. 자기를 돌보지 못하고 농사도 짓지 못해 거지꼴이 되었습니다.

우렁이 각시는 농부를 찾을까 하는 마음에 거지 잔치를 했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농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렁이 각시가 새털같이 다 헤진 옷을 입고 쥐털 같은 벙거지를 쓴 사람을 보더니 손뼉을 치며 웃었었습니다. 임금이 이것을 보고

“저걸 보고 웃는 걸 보니 내가 할테야”

그러며 거지의 옷을 뺏고 자기가 입고서는 춤을 추고 돌아 다녔습니다. 우렁이 각시는 그 모습을 보고 한참을 웃더니 갑자기

“저놈을 내쫓아라”

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거지꼴을 한 임금을 보고 신하들은 임금이 임금인줄 모르고 내쫓아버렸습니다. 임금은 영문도 모른 체 궁궐 밖으로 쫓겨났습니다.

우렁이 각시는 새털같이 헤진 옷을 임금과 바꿔 입은 거지를 임금의 자리로 불렀습니다. 그 거지가 바로 농부였던 것이죠. 결국 농부가 임금이 되고, 임금은 거지가 되었습니다.

댓글(6)

  • 2019.09.21 10:13 신고

    참 묘한 결말이네요. ^^

  • 2019.09.21 17:27 신고

    우렁각시가 이런 결말이 있었다니...첨음 알았네요..ㅎㅎㅎ

  • 2019.09.21 19:07 신고

    포스팅 잘보고 가요

  • 2019.09.21 20:28 신고

    우렁이각시가 전래동화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렁이 각시가 다녀갔냐?'라며 가끔 사용하고 있죠.
    행복하세요^^

  • 2019.09.21 23:01 신고

    우렁각시
    아주 오랫만에 들어보네요^^

  • 2019.09.22 18:12 신고

    우렁각시+왕자와 거지를 보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읽은 동화 우렁각시에서 저런 결말을 보진 못한 것 같은데,
    아주 새로운 내용이네요. 신선하고 재밌게 잘 읽었어요.
    어릴 때 읽은 동화를 어른이 되어 읽으면, 그때와 다른 느낌으로 와닿고
    생각하는 부분도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도 참 재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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